어둠이 짙게 깔린 재앙의 도서관. 오미리는 굳게 닫힌 거대한 문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매번 새로운 미션에 몸을 던지면서도 긴장감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등 뒤에서는 강태섭이 묵묵히 양손검을 매만지고 있었고, 최성재는 쌍권총을 점검하며 가볍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오미리만큼이나 굳건했다. 한서영은 조용히 오미리 옆에 서서 그녀의 손목에 있는 팔찌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희미한 불안과 함께, 오미리에 대한 깊은 신뢰가 교차했다.
오미리가 문을 열자, 시공간을 초월하는 압력이 그녀를 감쌌다. 익숙한 감각. 그러나 오늘따라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이번 미션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일까. 도서관의 거대한 책장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검은색, 붉은색, 푸른색. 각기 다른 색깔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오미리는 망설임 없이 한 권의 검은색 책을 향해 걸어갔다. 그것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섬뜩할 정도로 조용했다. 책의 표지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제목도, 저자도 없었다. 그저 표면에 새겨진 거대한 그림자만이 모든 것을 삼킬 듯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오미리가 책에 손을 얹는 순간, 책이 거대한 빛을 발산하며 페이지가 스스로 넘겨지기 시작했다.
「이야기 오류 심판」
오류명: ‘미완의 구원자’ 장소: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미션: 해운대 마린시티에 존재하는 ‘빛’과 ‘그림자’의 균형을 되찾아, 그림자에 갇힌 사람들의 기억을 되돌려라. 종료 조건: 해운대 마린시티에 존재하는 ‘거울의 그림자’를 찾아 파괴하고, 그림자 속의 인도자 ‘한서영’의 진정한 기억을 되찾을 것.
메시지를 읽는 순간, 오미리의 눈이 크게 뜨였다.
"한서영...?"
그녀가 고개를 돌려 한서영을 바라보았다. 한서영의 표정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평온했다. 하지만 오미리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미션은 한서영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과거에 한서영이 겪었던 고통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들이었다. 그녀의 가족, 그리고 그녀를 떠나버린 친구들. 한서영의 능력인 '기억의 직조'는 과거의 상처와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추론이 오미리의 머리를 스쳤다.
"미리야, 괜찮아?"
강태섭이 오미리의 표정을 읽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오미리는 짧게 대답하며 쌍단검을 움켜쥐었다.
"이번 미션은 한서영을 위한 거야."
그녀의 말에 한서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 때문에?"
"그래, 너 때문에."
오미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이 미션의 핵심이야."
최성재는 한서영의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우리를 믿어."
한서영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은 결연해졌다. 미션이 시작되자마자, 거대한 빛의 기둥이 그들을 덮쳤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펼쳐진 것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림자처럼 흐릿했다. 건물들은 윤곽만 남아 있었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없었다. 마치 살아있는 유령들 같았다.
"이게 뭐야...?"
최성재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미완의 구원자... 그림자에 갇힌 사람들..."
오미리는 미션의 내용을 다시 되뇌었다.
"이 사람들은 기억을 잃은 거야. 아니, 기억을 빼앗긴 거겠지."
그녀의 손에 들린 쌍단검이 차갑게 빛났다.
"그림자에 갇힌 기억을 되돌리는 게 미션이야."
강태섭은 양손검을 꺼내며 주위를 경계했다.
"그림자 속의 인도자를 찾아야 해."
한서영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림자 속의 인도자... 혹시... 나인 걸까?"
오미리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무서워하지 마. 우리가 함께 있으니까."

첫 번째 균열: 기억의 그림자
오미리 일행은 흐릿한 마린시티의 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지 못하는 듯, 제자리에 멈춰 서서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 뭔가에 홀린 것 같아."
최성재가 혀를 차며 말했다.
"기억이 사라지면, 의식도 사라져. 결국, 이대로는 서서히 소멸하게 될 거야."
오미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심판의 시간' 능력이 본능적으로 이 공간의 부자연스러움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때, 한서영의 팔찌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다.
"이게... 내 팔찌가 빛나고 있어..."
한서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빛은 마치 나침반처럼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따라가자. 저 빛이 인도하는 곳에 뭔가가 있을 거야."
그들은 팔찌의 빛을 따라 마린시티의 거대한 빌딩 숲을 헤쳐나갔다. 도중에 그들을 막아서는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눈도 코도 없는 검은 실루엣이었다.
"그림자 속의 인도자'가 만들어낸 허상인가...!"
최성재가 쌍권총을 뽑아들었다. '탕, 탕!' 권총 소리와 함께 그림자들이 사라졌지만, 이내 다시 나타났다.
"소용없어.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아."
오미리가 외쳤다. 그녀는 쌍단검으로 그림자들을 베었지만, 그림자들은 마치 연기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다.
"어떻게 해야...!"
강태섭이 양손검으로 그림자를 후려치려다 멈칫했다.
"기억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어."
한서영이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팔찌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들은 과거의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그림자가 된 거야. 기억을 되찾아주면..."
그녀가 팔찌에서 빛을 뽑아내 그림자에게 던졌다. 빛이 그림자에 닿는 순간, 그림자의 형상이 잠시 흔들리더니, 이내 한 명의 중년 여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우리 아들... 내 아들...!"
그 여성은 자신의 손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왔다.
"기억의 직조..."
오미리가 나직이 말했다. 한서영의 능력은 그림자에 갇힌 기억을 '직조'하여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맞아! 한서영의 능력이 열쇠야!"
최성재가 외쳤다. 그들은 이제 그림자를 마주할 때마다 한서영의 빛을 사용했다. 한서영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그림자들을 하나둘씩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러나 그녀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기억을 되돌려 줄 때마다 그녀의 몸은 점점 더 쇠약해졌다.
"서영아, 괜찮아?"
오미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돼." 한서영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그녀의 의지만큼은 굳건했다.

두 번째 균열: 거울의 그림자
그림자들을 물리치고 나아가던 그들은 마침내 미션 종료 조건에 명시된 '거울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그것은 마린시티의 중심에 위치한, 거대한 원형의 거울이었다. 거울에는 왜곡된 마린시티의 풍경이 비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수많은 그림자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저게 '거울의 그림자'인가 봐."
강태섭이 양손검을 움켜쥐었다. 거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기운은 오미리 일행을 압도했다.
"저걸 부숴야 해."
오미리가 말했다. 하지만 거울 주변에는 수많은 그림자들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었다.
"길을 열어!"
최성재가 외치며 쌍권총을 난사했다. 총알이 닿는 곳마다 그림자들이 흩어졌지만, 잠시 후 다시 모여들었다.
"기억의 직조! 서영아!"
오미리가 외쳤다. 한서영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발동했다. 팔찌에서 쏟아져 나온 빛이 거대한 물줄기처럼 그림자들에게 쏟아졌다.
"아아아아아!"
그림자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그들의 기억은 여전히 흐릿했다.
"안 돼...!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한서영이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때, 거울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한서영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공허하고 차가웠다.
"거울 속의 그림자... 너의 또 다른 자아인가?"
오미리가 쌍단검을 겨누었다.
"서영아! 저 그림자가 네 기억을 가두고 있는 거야!"
오미리의 말에 한서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내 기억...?"
그림자 속의 한서영은 오미리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이 오미리를 향해 쏟아졌다.
"미리야! 피햇!"
강태섭이 외쳤지만, 오미리는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검은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오미리!"
강태섭과 최성재가 놀라 외쳤다. 오미리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그림자 속의 한서영을 바라보았다.
"네 안에 있는 기억은... 너 자신을 위한 거야."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 기억은... 네가 잃어버린 과거의 아픔이 아니야. 네가 되찾아야 할 용기야."
그림자 속의 한서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오미리의 말은 그녀의 내면 깊숙한 곳에 닿은 듯했다. 그때, 한서영이 자신의 팔찌를 쥐고 외쳤다.
"기억의 직조!"
그녀의 팔찌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거울 속의 한서영을 향해 쏟아졌다.
"아아아아악!"
거울 속의 한서영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빛이 그림자를 덮는 순간, 거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거울을 파괴해!"
오미리가 외쳤다. 강태섭과 최성재는 거울을 향해 달려들었다. 강태섭은 양손검을 휘둘러 거울을 내리찍었고, 최성재는 쌍권총을 난사했다.
"콰아앙!"
거울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거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원래의 생기를 되찾은 마린시티의 풍경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서영의 눈빛은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확신과 함께, 새로운 빛이 담겨 있었다.
"기억을 되찾았어..."
한서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야...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 것 같아."

세 번째 균열: 진실의 책갈피
미션이 종료되자, 그들은 다시 재앙의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한서영은 오미리에게 다가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 미리야."
"뭐가?"
오미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잃어버렸던 기억.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든 것을 되찾게 해줘서."
한서영의 말에 오미리는 미소 지었다.
"우리는 동료잖아. 동료를 돕는 건 당연한 일이야."
"맞아! 우리는 팀이라고!"
최성재가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이제 우리 팀에 완전한 조력자가 생긴 거네. 한서영, 네 능력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강태섭의 말에 한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저도, 여러분처럼 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의 눈빛에는 더 이상 과거의 불안이 없었다. 그녀는 이제 '그림자 속의 인도자'가 아닌, '진실의 직조자'로서 오미리 일행과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때, 오미리가 손에 쥐고 있던 책에서 마지막 페이지가 넘겨지며 '진실의 책갈피'가 떨어져 나왔다. 그것은 투명한 책갈피였지만, 빛이 닿는 순간 무지개색으로 빛났다. 오미리는 책갈피를 들고, 재앙의 도서관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책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책갈피를 꽂자, 책에서 거대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도서관 전체를 밝게 비추었다.
"진실의 책갈피... 이것이 하나 더 늘어났어."
오미리는 책갈피를 든 채로, 그들의 최종 목표인 '재앙의 도서관'의 최종 빌런과의 대결을 떠올렸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언젠가 그들은 모든 '진실의 책갈피'를 모아, 이 모든 재앙을 끝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날이 오기까지,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은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새로운 미션을 향해. 새로운 이야기의 오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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